‘소련 붕괴 시켰던 미 봉쇄정책, 북에는 실패’
89년 12월 부시 미 대통령과 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몰타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미-소 냉전 시대의 종식을 선언했다. 국제사회는 갑작스러운 냉전 시대 종식으로 공황에 휩싸이는 한편 소련 붕괴 원인에 대해서는 대체로 고르바초프의 영향과 미국의 주도면밀하고 지속적인 봉쇄정책에서 기인한다고 봤다. 두 가지 모두 소련 붕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보수주의 학자들은 미국 트루먼 대통령에 의해 봉쇄정책이 구체화 된 이후 레이건 행정부와 부시 행정부의 끈질긴 봉쇄와 동맹 강화, 군사, 경제, 외교 등의 방면에서 총력전을 펼친 영향으로 소련이 무너졌다는 평가를 내어놓았다.
실제 레이건 대통령 당시 미국은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을 우주에서 격추하기 위한 전략방위구상(SDI)에 10년 동안 300억 달러를 투입하면서 미소 간의 군비 경쟁을 일으켰다. 미소 군비경쟁은 군사비 지출을 늘리도록 소련을 압박하는 동시에 미국은 소련의 주요 수출품인 석유와 천연가스의 판로와 가격을 통제해 경제적인 타격을 주었다. 이러한 전략적인 봉쇄정책은 소련 붕괴 원인 중 한 축이 되었고, 미국은 소련을 무너뜨리는 승리를 맛보았다. 이 전략은 미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외교정책에 반영하면서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외교 전략으로써 사용했다. 북한 스스로 무너지기를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는 소련 공산당 해체를 기본 원리로 삼아 나온 배경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막강한 미국의 힘의 논리에 기반이 있다. 고립상황중 북한의 자멸을 바라는 외교정책이었으나 오히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의 여유 기간을 활용해 핵무기의 개발을 마쳤고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개발해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이 정책은 실패했다.
‘오바마 소련과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 이해 못해 대북협상 실패’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8년 동안 추진한 대북 외교 핵심 정책인 ‘전략적 인내’가 실패한 원인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지만 제일의 패인은 북한과 소련을 동일선상의 사회주의 체제로 놓고 외교정책을 펴는 우를 범했기 때문일 것이다. 소련은 1당 독재형식으로 공산당의 주석이나 서기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릴 수 있지만, 정치적 암투 속에서 권력이 비교적 쉬이 이양되는 환경이었다. 반면, 북한은 1945년 해방 이후 북한은 소련의 지원 아래 김일성이 권력을 틀어쥐었고 이후 김정일-김정은 3대를 따라 내려오며 권력이 승계되었다. 부자간 권력승계 특징은 자식의 권력 기반을 위해 아버지 대에서 위험 세력을 제거하며 후대의 권력 기반을 다져 놓는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가 실패한 이유다.
오바마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정책과 달리 3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실상은 UN 안보리 등을 통해 대북 제재를 한층 강화하며 당사자인 한국조차 북한과 직접 대화와 인도적지원을 금하는 모습을 보여 남북관계의 진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경색된 남북관계를 돌려놓을 방법은 없는가?
문재인 정부는 그 답을 중국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북한에 있어 최대지원국인 중국의 입김은 그 어느 국가보다 세다. 그러나 중국이 문재인 정부의 원대로 남북관계의 평화무드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있을까? 아쉽게도 지금의 중국에는 그러한 이유가 전혀 없다. 중국은 군사력증강과 G2 국가로서 주변국들의 종속화를 꾀하면서 태평양지역에서 미국과 동등한 관계의 대응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국제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에서도 미·중 무역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이 과거와 달리 미국과 세계여론을 무시한 채 북한을 노골적으로 지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 간의 외교전 혹은 무역전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다. 따라서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돼 중국에 급격히 불리한 상황이 올 때 중국은 무역전쟁의 연착륙을 위해서 북한이라는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바마 전략적 인내 기간, 북한 핵무기 완성’
90년대부터 시작된 북 핵 문제는 협상이 진전되는 동안 핵 개발이 중단되었다. 북한은 국제사회 일원으로 활동하기 위해 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영변 원자로를 동결 조치하고, 2007년 핵시설의 불능화 조치에 따르는 등 협조적인 모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순스럽게도 2006년 미국의 금융제재로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북한은 1차 핵실험을 하였고 6차 회담의 진척이 없는 파행상황이 지속되는 2009년부터 2016년에는 총 다섯 번의 핵실험을 강행하였다. 실패한 외교 전략 속에서 결과적으로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와 외교를 통하겠다는 태도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북핵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실질적인 핵 문제 해결을 진전이 없는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나 트럼프식 외교정책을 답습하게 되면 북한은 핵무기의 경량화를 시도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얻게 된다. 지난 10월 10일 북한이 공개한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실험과 완성을 시도할 것이다.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봉쇄가 아닌 북한의 개방과 교류를 통해 주는 경제적 이익을 사용한 제재일 것이다. 소비재 부족과 식량난, 전염병 창궐은 북한을 한계 상황으로 떠미는 중 이거나 이미 한계에 닿아 있을수 있다.
‘남북 당사자간 평화협정이 해답이다’
현재 북한이 처한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국제사회에 교류의 문을 여는 것이 북한의 존립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서울과 철원-원산을 잇는 남북철도사업의 착수와 북한 동해안로를 타는 러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철도사업, 러시아 천연 가스관의 북한 영토 통과 협의 등의 직접적 경제협력 방안도 좋지만, DMZ에 발굴된 후고구려의 수도를 공동 복원해 관광 자원화를 통해 경제적인 지원을 하는 방법 또한 남북 경협의 활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중단된 6자회담의 기본구도는 포괄적 접근, 단계적인 접근방법, 병행적 해결 방법 3가지 안이다. 다자간 회담은 미중마찰로 사실상 개최 전망이 어둡다. 경제적으로 절실한 북한 처지에서 제재의 주체인 미국과 직접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 하지만 문제는 미국은 북한 핵무기 해결에 절실함이 없다는 것이다. 당사자국이 아닌 미국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기에 북한도 기존방식에서 벗어나 문재인 정부와 손을 맞잡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20년 현재, 북핵의 최고의 방법은 당사자 간의 대화에 있다. 코로나19로 미국이 자국의 혼란 타개에 집중하고 있는 시기에 하루빨리 당사자주의를 추진하면서 더욱 많은 권한을 얻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행동을 바란다. 이에 김정은위원장의 도움이 없이는 이 또한 어렵다. 한반도의 평화협정 해답은 남북한 당사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