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도 개인 사유재산 개념 확실해 나가야 한다’
법 개정이 사회 전반, 더 나아가 특정 산업에 미치는 파장은 매우 크다. 개정된 법은 해당 산업의 중흥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개악되거나 타성에 젖어 고착된 법은 사회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특정 분야의 산업을 내리막길로 떠밀기도 한다.
저작권 분야에서 법 개정은 매우 민감하다. 저작권이 있는 창작물의 불법 이용에 대한 처벌 범위를 넓히면 예측하지 못한 선의의 피해자들이 다수가 발생하고 반대로 처벌 범위를 축소하면 창작자들의 창작 활동이 위축된다. 법 개정의 최대 목표가 발생할 피해를 최소화하며 권리를 최대한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적정선을 찾는 것에 있는 이유이다. 중용을 지키며 법 개정을 이뤄내기란 다각화된 관계로 얽혀있는 현실에서 명백히 어려운 일이지만 반드시 시대를 앞서 이뤄져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들어선 지금, 우리 사회의 변화를 수용하는 저작권법의 개정은 시기적절하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가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저작권법 전면 개정안 중 형사 처벌 범위 축소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며 개선이 아닌 개악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 속에 사회의 변화에 발 맞추기 위한 목적의 법 개정안이 실상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작성되어 저작권자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 할 수 있다는 것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할 사안이다. 4차산업혁명을 이끄는 원동력은 창작과 아이디어에 있다. 창작물이 중요 재산이 되는 시대를 반갑게 맞이하며 야심차게 내놓은 개정안 속 형사처벌 범위 축소라는 시대를 역행하는 제안은 2차산업 시대에서나 환영받았을 것이라는 말에 그 누가 의문을 품을 수 있겠는가.
문화체육관광부는 형사처벌 범위 축소 배경에 대해 “현행 저작권법상 모든 저작권 침해는 형사 처벌이 가능하여 일부에서는 형사 처벌을 무기로 이른바 ‘합의금 장사’ 등 부작용이 상존하고, 저작물 이용의 위축요인이 되고 저작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 형성에도 일조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합의금 장사라는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부작용을 걱정해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을 없앤다는 것은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꼴’이 아닌가. 모든 법에는 작용과 반작용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개정안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100만원미만 형사처벌 제외라니, 창작자 보호없는 활성화없다’
한국 사회는 저작권에 대한 보호 의식이 희박하며 저작권법 위반 자체를 그리 심각한 범죄로 여기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득액이나 피해 금액이 100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형사 처벌을 배제한다는 개정은 문제가 있다. 형사처벌을 축소할수록 개정 법률을 악용한 범죄의 질이 악화되고 범죄의 양은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형사 처벌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강력한 법 아래에서 저작권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과 함께 창작자가 충분히 보호된 후에 논해야 할 문제이다.
웹소설과 웹툰은 현재의 한국 사회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는 시대적 대표성을 띠고 있는 문화이다. 그러나 웹소설 분야의 경우 작가들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다. 웹소설이라는 장르가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기형적인 시스템 속에서 작가를 착취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까닭도 있지만, 그것보다 웹소설 창작자들을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무단으로 작품을 베껴가 게시, 공유하며 수익을 내는 이들 때문이다.
창작물은 지적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는 사유재산으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다. 개인 재산을 불법으로 탈취하여 간 사람은 국가의 강제력에 대해 위협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모순적으로 웹소설 작가들은 불특정 다수의 누군가가 자신의 저작물을 쉬이 훔쳐갈 수 있다는 실질적인 생계의 위협을 365일 24시간 느끼며 사후에는 웹 창작물의 특성상 보상받을 수 없는 피해를 입는다.
문체부는 저작권 불법 이용에 대한 형사 처벌이 온라인·플랫폼 창작 시대에 활발한 저작물 이용의 위축요인이 되고 국민들의 저작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 형성에도 일조하고 있다는 주장을 한다. '활발한 저작물 이용'이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무단으로 텍스트본과 스캔본을 활발하게 만들고, 무단으로 팔고 사는 것이 활발하기를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문체부의 주장과 저작권법 개정안 속에 기본적인 경제원리 ‘공급이 없으면 소비도 없다.’ 라는 기본 개념이 자리잡고 있지 않고 있다. 창작물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창작자층은 자연적으로 얇아지고 그 산업은 결국 무너지게 될 것이다. 어째서 '활발한 저작물 공급', '활발한 저작 활동'은 생각하지 않는가. 지금 우리 사회는 저작권법 위반을 무겁게 여기지 않는 이들, 작가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합의금 장사 따위로 여기는 이들 때문에 활발한 저작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창작물은 하루아침에 개인의 머리에서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자동화 시스템상의 산물이 아니다. 창작물은 누군가가 머리를 쥐어 짜내며 힘들게 한 글자, 한 글자 또는 선 하나하나 그어가며 만들어낸 개인의 사유재산이다. 국가는 이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과거 한국 사회는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 관대했고 범죄로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에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었으며 음주운전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는 음주운전 사고자에 대한 합의금 장사로 인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강행되었다. 그 결과 음주운전이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은 물론 피해자가 크게 감소했다.
‘창작자들이 직접 판매할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다’
저작권도 마찬가지이다. 저작권 침해가 심각한 사회범죄라는 인식부터가 부족한 현 상태에 법은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규범으로써 그 역할을 다해야 할 시기이다. 그러나 저작권법이 창작자의 활발한 창작 활동을 도와주는 한편 창작물에 대해 사용자들이 적절한 비용을 편리하게 지불하고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완벽히 해내기 위해 필요한 답이 처벌 정도를 줄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저작권법 개정안 중 창작자들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3배 배상 제도등 다양한 체제를 갖추려고 노력한 것도 사실이다. 창작물의 활발한 사용을 위한 확대 이용을 위한 단체등록도 바람직하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중요한 것은 개인 창작물 그 자체와 그에 따른 실질적 가치보장이다. 창작물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여 해당 개인이 직판할 수 있도록 플랫폼 형태 등의 시스템을 구축하여 모든 창작물을 창작자 개인이 유통할 수 있게 된다면 사용자들도 다양하면서 수준 높은 창작물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되면 우리 사회는 창작물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문체부의 심도있는 저작권법 개정을 기대해본다.